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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학

[영화] 양들의 침묵과 세련된 불쾌감

영화 양들의 침묵을 보았다. 근래에 본 영화 중에서 가장 몰입해서 봤던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불쾌감을 느끼는 구석이 꽤나 많이 등장했다.
우선 그 불쾌했던 장면들을 하나하나 나열해보고자 한다.
1. 카메라의 구도
대다수의 영화들은 등장인물을 찍을때 인물이 카메라를 바라보고 말하게끔 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감정을 담은 연기를 정면에서 관람하는 경우 관객이 부담스러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면샷을 찍는 이유는 관객에게 어떠한 메세지를 주고 싶거나, 감정을 온전히 느끼게 하고 싶은 그러한 이유들로 볼 수 있다. 
 
2. 스털링의 과거사 
처음 한니발을 심문하기 전, 본인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꺼내서는 안된다는 씬이 있다. 또, 렉터가 말 몇마디로 옆방의 죄수가 좋지 못한 선택을 하게끔 유도헀다는 씬이 나온다. 심리학 박사인 렉터가 과거의 트라우마를 건드려 그런 결과를 자아냈다고 추측할 수 있는 씬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털링은 버팔로 빌을 잡기 위해 본인의 이야기를 빌의 정보와 등가교환한다. 파우스트처럼,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장면처럼 느껴졌다. 이 과거사에 대해서 이야기 한 뒤로는, 주인공이 언제 죽을지 몰라서 긴장을 많이 했다. 마지막 전화로 안부를 남기는 장면에서도 갑자기 죽어버리진 않을까 생각하면서 봤다.
 
3. 엑스트라의 시선
FBI 여성 생도라는 주인공의 특성상, 충분히 나올법한 장면들이다. 일단 현재 기억나는 부분은 경찰들이 장례식장에서 쳐다보는 장면인데, 그 무표정한 시선들에서 불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4. 시점 
영화의 시점이 자주 바뀐다. 특히 버팔로 빌의 야간투시경 시점에서는 죽을 위기에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갖고 놀려고 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어두워서 허공에 손 뻗고 있는 스털링과 대비해서 볼때 상당한 무력감과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

 

5. 나방

이 영화에서 나방이라는 장치는 다양하게 사용되었다. 스털링이 빌이 범인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된 계기이다. 한니발은 이 나방을 탈피하면서 성숙해지는 모습을 본인에게 투영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사람 껍질을 뒤집어 써서 탈출한 한니발과 피부를 벗기는 취미가 있는 버팔로 빌이 보는 시선에서 사람과 벌레를 같은 급으로 두고있다는 해석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양들의 침묵이라는 제목 자체가 스털링의 성장을 은유하므로, 포스터에 그려진 나방 또한 성장한 스털링을 보여준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만큼 이 메타포는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중요한 메타포가 하필 나방이고, 너무 많은 수라서 불쾌하면서도 

 
6. 소재
피부를 벗기는 살인마라는 소재는 자극적이다. 처음에는 공포영화처럼 생각하고 봤다. 하지만 생각보다 고어한 장면이 많이 나오진 않았다. 그렇기에 가장 마지막 불쾌감 항목에 넣었다.
 
이렇게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나에게 불쾌감을 느끼게 했지만, 영화의 크레딧이 올라감과 동시에 불쾌감은 일종의 카타르시스로 바뀌었다. 
 
중학교때 사회선생님이 이기주의와 비교하면서 '세련된 개인주의'라는 용어로 개인주의가 나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을 한 적이 있다.
거기에서 따와서 나는 이 불쾌감을 세련된 불쾌감이라고 칭해보고 싶다.
 
불쾌감은 감정의 증폭을 이뤄낼 수 있는 것 같다.
 
비단 영화에서 뿐만이 아니다.
천재노창, 스카이민혁, 다민이 같은 래퍼들은 누군가에게는 불쾌하게 느껴지지만 누군가에게는 명반을 내는 가수들로 느껴진다.
콜오브듀티 모던워페어에서의 노러시안 미션은 불쾌하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캠페인이기도 하다.
현대 미술에서도 뒤샹의 샘 같은 작품들은 기존 예술인들에게 불쾌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이 불쾌감을 어떻게 잘 다루냐, 게임 속에 어떻게 넣을 수 있느냐는 앞으로 고민해봐야할 문제인 것 같다.
이 불쾌하다는 감정에 대해서 더 공부해보고, 어떻게 해야 세련된 감정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는 이 글에 차후에 포스팅을 덧붙여야겠다.